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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아가

poetry&song&novel 2007/12/03 20:16

동네마다 그런건지 몰라도

내가 살던 동네에도

몸이 약간 불편하고 그래서 걸을 때마다 절뚝이곤 했던

그리고 말씨도 어눌했던 사람이 있었다.

흔히 소아마비를 얘기하곤 했는데

사실 병명이나 증상은 지금도 잘 모르겠고,

그땐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목길에서 딱 마주치고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냅다 도망쳐 버린 기억도 난다.

나보다 5살 정도 많아 보였는데

곧잘 나이 어린 녀석들의 놀림감이나 말 상대가 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도망친게 더 나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건냈던 사람중에 또래나 어른은 못 본 듯 하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가고(적어놓고 보니 왠지 허무한 듯...)

그렇게 10년을 훌쩍 넘겨

머릿속에 지워져 있던 그 사람을

몇 달 전에 집에 갔다가 시장거리에서 보게 되었다.

여전히 그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 새삼 세월은 그를 비껴간 듯 했다.

나이는 적어도 30대 후반일텐데 장가 갔으려나

요즘은 누구랑 어떤 얘길하며 지낼까

잘 지내고 있었구나 등등의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문열씨의 작품으로 제대로 읽어본 게 없는데다가

관련한 일이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고향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비교적 최근 책인 "아가"를 골랐다.


"아가"는 위에 언급했던 어느 동네나 흔히 있을 법한

몸과 정신이 불편해서 민폐끼치고 도움 안되는 한 사람(당편이)에 대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추억을 모아놓은 이야기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참 나쁜 이야기 같다...)

글의 말미에서도 실제 있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며 언급했지만

글을 읽는 내내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부모님이나 동네 아저씨에게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읽는 내내 행여나 불편한 진실이 될까 두렵기도 했었다.

사람 맘이란 것이 종잡을 수 없는데다가

어쩌면 최악의 경우를 미리 염두해 두어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기제이기도 했다.


글의 말미에 갈수록 그 수위는 차츰 높아지더니

급기야 도를 넘어서고 마는데

어쩌면 소설적인 허구이기도 하지만

불편함이 보여주는 현실성이 진실에 더욱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당편이는 산다는 것의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그녀의 삶으로 보여준다.

온전히 일하는 사람의 몫은 아니더라도 그도 역시 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차곡차곡 쏟아놓아 결국 틀리지 않고 다를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데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위로받고 흐뭇해하고 힘을 얻어 함께 살아간 것이리라


서로 조금씩 알게 모르게 돌봐주었던 옛 시절을 추억하며,

애틋했던 마음의 불씨를 자라게 했던 그녀에 대한 추억과 함께

양파처럼 객체화 되어 각자의 울타리에서만 살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결국 서로 내어놓지 못하는 관계가

더욱 더 지치고 고단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어느덧 잊혀진 사람이 되어 그들 사이에서 그녀가 사라졌을 때

그녀를 잊은 그들은 단지 껍질을 벗겨 버리면 그만인 양파와 같은 존재가 되어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진정성을 잃어버린 채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될지 모른채

내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는 강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삶은 작은 경종과 위로가 된다.


굳이 의미를 확대하고 재해석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갈무리했던 따뜻하면서도 구수한 내음을 추억하고픈 이들에게

많은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_()
(^_^) 언제나 웃는 토끼 노들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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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20:16 2007/12/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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